카난-25살 W.여름 꽃 생각한 게 모두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삭아삭 맛 좋은 소리를 내며 입 안에 녹아들던 수박을 삼키며 문득 든 생각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부모님의 뜻대로 지정해 준 학교를 가고 그저 사고 좀 치지 말고 조용히 학교나 다니라는 말에 조용히 학교만 다녔다. 물론-대학까지. 원하는 게 없었고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저-놀러가라 하면 갈 곳도 없으면서 친구와 손을 잡고 작은 지방 방방곳곳을 쏘다녔고, 이제 공부 좀 해야 하지 않겠니 란 말에 재미도 없는 책을 보며 공책에 지렁이들을 끄적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25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목이 늘어난 파란색 반팔 티셔츠에 손을 타고 팔꿈치까지 흘러내리는 분홍 물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