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브라이브/노조에리

[노조에리]언젠가 멋 훗날.

w.여름 꽃

 

오늘도 여전히 불어오는 가을날의 매콤한 향취에 눈을 끔뻑이던 에리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떨어진 신발을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다.




 

 

 

벌써..가을이 오는 구나.




 

 

 

엊그제만 해도 따뜻하다 못해 무거운 여름 공기에 눌려 숨을 몰아쉬며 그늘을 찾아다닌 것 같은데..뮤즈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왜 이렇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지..오늘만 해도 학교가 파하고 학생회실로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던 모습이 머리에 그려져 절로 얼굴에 화끈거리는 열이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마음과는 반대로 이제 정말 끝을 내야한다는 씁쓸함에 배덕감을 느낀 것처럼 화끈한 얼굴은 다시 차게 식어가고.




 

 

 

에리치?”




 

 

 

“...?”




 

 

 

왜 계속 그러고 있는기가-? 이제 집에 가야제?”




 

 

 

그나마 이제 내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항상 내 옆에서 날 기다리는 너란 아이 하나.




 

 

 

미안-오늘 연습이 꽤 힘들었나봐. 나도 모르게 멍하게 있어버렸네.”




 

 

 

에리치는 매사에 너무 열심히 여서 문제구만..가끔은 설렁설렁해도 괘안타.”




 

 

 

..”




 

 

 

-얼른 가자.”




 

 

 

걱정스럽게 나긋하게 속삭여주는 목소리에 빙긋 호선을 그리는 입 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으며 톡톡신발 속에 발을 욱여넣고 나서야 네 옆에 선 나는 작년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네 손을 맞잡고 서늘한 날씨에 맞게 바꿔 입은 춘추복의 리본을 괜시리 툭 건드린 뒤에야 걸음을 옮겼다.

 

 

 




이제 곧 졸업이네.”

 

 

 




그러게-”

 

 

 




노조미.”

 

 

 




?”

 

 

 




내년에도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을까?”

 

 

 




“,,? 갑자기 무슨 이야긴고?”

 

 

 




“..그냥. 우리말이야 요즘 들어서 항상 붕 뜬 느낌이었잖아. 짧은 시간동안 스쿨 아이돌을 하고 여행도 가고. 학생회 때는 늘 일만 하다가 지쳐서 집에 돌아갔었는데..단 시간 만에 생활패턴이 바뀐 느낌이야. 현실감이 없이 굉장히 기쁘면서도 뭔가 묘하게 불안해.”

 

 

 




“...”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다리와는 달리.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날 바라봐주는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푹 숙인 고개 사이로 깍지 낀 손을 세게 움켜쥐는 손의 악력에 나도 힘을 줘 손을 꽈악 움켜쥐었다.

 

 

 



왜 이리 마음이 허한 건지. 늘 혼자였던 그 짧은 시간동안 사랑을 하고 친구가 생기고 행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울컥. 허한 가슴사이로 물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꿀렁꿀렁 가슴속에 탄산음료를 들이 붓는 것처럼 따끔거리고 울렁거리는 그런 마음.

 

 

 




내도 그런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이별을 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기다. 세월이 지나가고 나이를 먹어 가는데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서 멈춰 있을 수는 없잖나? 그리고..내도 이렇게 예쁜 애인이랑 사랑하고 노래를 부르고 내게 다가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 그래서 더 기쁘데이. 원래 행복할수록 뭐든 게 다 꿈 같데이. 꿈에서라도 기억하고 싶고 언제까지고 잊고 싶지 않으니까. 머리가 기억을 하려고 그러는 기다. 세월이 지나가서 우리가 같이 행복했던 시절을 잊더라도 문득 꿈에서라도 떠오르라고.”

 

 

 




노조미..”

 

 

 




-그래도 우리는 평생 사랑할거니까..내가 밤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으니까. 이것만큼은 꿈이라 생각하지 말그래이.”

 

 

 




!”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남겨진 미련들은 남아있는 아이들이 다 이뤄줄 테니까. 이렇게 미련 가지지 말고 울지도 말고..”

 

 

 




그러면서 왜 노조미도 울 것처럼..”

 

 

 




이건 기뻐서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기다.”

 

 

 




헤헤..뭐야 그게-”

 

 

 




슬퍼서 우는 것보다는 낫잖나?”

 

 

 




그래, 슬퍼서 우는 것보다는 낫지.”

 

 

 




. -! 에리치 우리 가면서 파르페 사 먹을까?”

 

 

 




좋아-캬라멜 소스를 듬뿍 뿌려달라고 해야지!”

 

 

 




! 에리치 치사하데이!!”

 

 

 




농담이야-”

 

 

 





꾸욱. 깍지를 껴 남아있는 틈도 없을 지경인 손바닥 사이로 땀이 고여 축축함이 느껴졌지만 왠지 그 느낌도 꽤나 좋은 것 같아 더 힘을 줘 손을 맞잡았다. 아직 오토노키자카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뤄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 없을 터였다.

 

 

 




그랬기에 이제는 이 미련도 버려야 할 것이고..남겨진 애들을 놓고 앞으로 걸어간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들다가도, 훗날 너무 힘이 들어 도망을 치게 되면. 쉼터 마냥 내가 이곳에 돌아와도 나를 기다려줄 아이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는 이 미련을 전부 털어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허전한 왼손에 스치고 지나가는 나뭇잎마냥 손을 움츠렸다 폈다.

 

 

 




우리 3학년이 다져놓은 이 길목에서 너희들은 언제까지고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기다려주면 좋으련만.

 

 

 




언제나처럼 옥상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노조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다 어느 샌가 멀어져 버린 오토노키자카 학교의 모습을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리곤 픽.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가. 우리가 이 학교를 졸업하는 날. 내 모든 걸 이 곳에 묻어두고 다시금 되돌아올 날이 오기를 바라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우리를 따라올 아이들을 기다려야지. 그게 우리3학년이 할 일이니까.




 

 

 

많이 슬프고 아쉽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우리가. 이 모든 걸 기억하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