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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 - 18 w.여름 꽃 하루 동안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날. 날이 밝아 오기 무섭게 짐을 챙겨 저택을 나선 사요의 눈매가 피곤함에 날카롭게 빛났다. 고작 하루뿐인 휴식에 20년의 피로가 쉽게 풀릴 리가 없겠지. 마음 같아서는 약 1-2주 정도를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거나 최근 리사가 발견했다는 온천에 들어가 우두둑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는 몸을 푹-담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건. 네가 너무 그리우니까. 빨리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째서 그 흔한 사진 한 장 조차 없었을까. 아버지를 죽이기 무섭게 아이의 포스터를 지하 전체에 뿌렸다. 사진이 있었다면..좀 더 뚜렷한 실체로 아이의 얼굴을 보일 수 있었을 터인데..그러지 못 했다. 그저..저의 모든 기억력을 통합하여 아이의 생김새를 말하..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7 w.여름 꽃 “으으..” 눈을 뜨자마자 나온 대답은 이거였다. 대답이라기보다는 고통이 가득한 신음성이지만.. 뜨거운 용암을 부은 것처럼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뚱아리와 숨을 내쉴 때마다 ‘꿀렁꿀렁‘ 몸 속의 모든 혈액이 용솟음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목가에 남아 있는 이빨자국들과 움푹 파인 오른쪽 어깻죽지였다. 그로 인해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누운 체 고통에 절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내뱉던 히나는 떠진 눈으로 용케 주의를 훑어보며 정신을 차리려 용을 쓸 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도통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역한 자신의 피 냄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지푸라기의 씁씁한 향기와 지독한 생명체의 털 냄새 뿐. 일반 인간이 맡았을 때는 인의적인 과일향이었겠다만, 후각이 예..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6 W.여름 꽃 오래간만의 장시간의 여행은 뱀파이어인 사요라도 피곤이 몰려왔다. 당주가 된 게 뭐가 자랑이라고 이렇게 온 지하를 누비며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하는 건지. 묘하게 더 진해진 청녹색의 눈동자가 그간 몰려온 피곤에 힘겨운 듯 느리게 깜박거렸다. 한 때 히카와 가문을 소란스럽게 했던 사요의 가출 사건이후 어언, 20년이 흘렀다. 채 일주일도 못 채우고 돌아온 집안에서는 멍청한 hope년 하나가 장녀를 홀린 거라고 아이를 욕하며 사요를 옹호하기가 바빴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자신의 친구들은 그저 혀를 차며 얼른 다시 돌아가라며 사요를 나무라기 바빴었다. “..피곤해.” 아직도 21세기인 현세를 따라잡지 못 하듯 말이 모는 마차 안에서 붉은 빛의 와인이 절반 쯤 담겨 있는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요가 이..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5 W.여름 꽃 ‘주르륵’ 치덕치덕 소금 내가 가득한 바닷물로 질퍽한 옷의 물기를 비틀어 대충 짜낸 사요는 옅게 식었지만 아직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생수병을 집어 들어 히나가 누워 있을 방문을 열었다. “..아-언니.” “...” 아직까지 누워 있을 줄 알았는데..그런 사요의 예상과는 달리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히나의 모습에 사요는 터벅터벅 히나가 걸터앉아 있는 침대에 다가간 후 둥그렇게 말려 있는 이불 위에 생수병을 올려 논 뒤에야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히나와 눈을 맞췄다. 언제 바뀐 건지 더 진해진 머리색과 예전과는 다르게 더 뚜렷해진 푸른 눈동자. 더군다나 히나 특유의 맑은 분위기도 뭔가 오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청량한 물 같았다면 지금은 마치..끈적한 체리 콕처럼. 정말..말로..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4 w.여름 꽃 어느 정도 혈기를 띄우고 고른 숨을 내쉬는 히나의 모습에 후-깊은 한숨을 내뱉은 사요는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대충 훔쳐냈다. 아직도 파리한 얼굴이지만 그래도..아까보다는.. 다행이다. 조금은 편안해진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때까지 겁이라곤 먹어 본 적 없는 자신이었는데, 순간 네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겁이 덜컥 났다. 무서웠어.. 부드러운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꾸욱, 힘을 써 피곤이 쌓인 뻐근한 눈 사이를 꾸욱 눌렀다. 아픈데 시원하고 시원한데 아프다. 이런다고 피곤이 풀릴 리가 없을 텐데..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이 행동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그러다가-또 이런 실수를 저질러 너를 잃을 것 같다. 내 아이야, 하나 뿐인 동생아. 내가 다 잘..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3 w.여름 꽃 방은 넓고 침대도 여분으로 2개나 놓아져 있었지만, 4명 쉬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느껴지는 방의 분위기에 문을 열고 나간 사요는 깜꿍에게 여분으로 남아있는 하나의 방을 얻을 수 있었다. 리사나 아코보다는 동생인 히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 사요는 아까와 비슷한 방의 모습에 대충 침대위에 몸을 뉘이고 눈을 감았다. 인간보다는 높지만 뱀파이어보다는 낮은, hope특유의 열기에 눈을 감고 있음에도 아이가 뭘 하는지 느껴진다. 지금도, 미적지근한 생물체가 어찌할 줄 모르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 살며시 눈을 뜬 사요가 히나에게 손을 뻗었다. 이리 와. 예전이면 두려워했을 사요의 손짓이나 몸짓이 이제는 익숙해진 듯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어투에 사요에게 다가간 히나가 폭 사요에게 안겼다. 품 안에서 몸을 .. 더보기
[사요니하]별의 다이어리-12 w.여름 꽃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후-한숨을 내쉬었다. 배짱 있게 덤볐으면 상처라도 내던 가, 이건 대체 뭐하자는 건지..꽤나 많은 숫자로 우세적이었던 고블린은 결국 완패를 하고 말았다. 그것도 꼴랑 사요 한 명이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툭툭 꿀밤을 먹인 것뿐이었는데 휙휙 아주 바람 빠진 풍선마냥 나자빠지고 날아간 고블린들은 체 3분이되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이 뱀파이어는 우리의 적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긴, 그랬기에 저렇게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여행을 했던 거겠지.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고블린들은 손목을 돌리며 다가오는 사요의 모습에 방금 전 느꼈던 똑같은 고통을 또 느끼기는 싫은지 일제히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고-고블린 살려....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1 w.여름 꽃 약의 효과는 1시간, 약 30여분 후에 평소와 같은 크기로 돌아온 몸이 신기한지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아이는 앞서 걷는 리사와 아코의 뒤를 따르던 내가 결국 손을 잡아끌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느 샌가 나와 엇비슷해진 키로 내 손을 조물 거리며 걷는 아이의 모습이 비록, 도망자의 신세로 전략했지만, 첫 여행. 그 설렘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언저리는 잡힐까 겁을 먹어 불안함이 가득하지만 그에 비해 순수함 그대로 기쁨을 머금은 아이의 모습을 보는 내 기분은 눈에 꽃가루라도 들어간 것처럼 꼭 간지러움을 머금은 기분이었다. 청개구리 같은 심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그리고, 이런 개구쟁이 같은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건지, 삭막하..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0 w.여름 꽃 흔들어도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아코의 모습에 짐까지 다 챙기고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두 명의 눈빛이 느껴진 리사는 탁자위에 올려 진 고급진편에 속하는 까무꼬냑을 들어 아코의 머리로 내리쳤다. 사실, 그게 비싼 거라는 걸 더군다나 자신이 좋아하는 술인 걸 알아챘을 때는 이미 ‘챙강‘이라는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아코의 머리위에서 파편으로 변한 뒤였다. “꺅!” “억!!” “..저 비싼 걸..” “..아, 젠장!!” “너, 너 뭐야!” “너 때문에 바닥에 흐르는 이 술은 어떻게 할 거야! 사요가 선물해 준 건대!” “..선물한 적 없는데..” “..괘,괜찮아요?” 비명을 지른 건 히나,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구르며 소음을 내는 건 아코, 낮게 읊조린 건 사요, 그리고 머리를 헝클며 ..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9 w.여름 꽃 “주인니임..” 달래준 시간이 꽤 된 것 같음에도 두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모습에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들어올렸다. 빠질 살이 없음에도 최근에 제대로 된 영양소들을 섭취하지 못해서 그런지, 더 가벼워진 무게에 왼쪽 언저리에 있는 심장 한 곳이 싸하게 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지는 몰라도, 그 느낌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는 건 확실했다.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 “..응?”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고, 아코도 좀 쉬어야지. 치료도 받고..” “아..그렇지..” “얼른 가.” “..아,응..그래. 나중에 보자 사요. 히나 너도.” “그래.” 리사의 말에 붉어진 눈가를 끔뻑이던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그새 정이라도 든 건지, 이별을 하는 아이의 행동이 아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