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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노조에리

[노조에리]나태한 나날.-(1)

w.여름 꽃

 

 

꼬르륵-울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감겨 있던 눈을 뜬 에리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침대위에서 폰을 쥐고는 엎어져 있었다. -어제 분명 애들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잠든 것 같은데..

 

 

내일은 꼭 중요한 날이니까 모여 달라고 졸라오는 아이들의 메신저에 알았다며 마못해 승낙을 한 에리는 이제야 내심 후회감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10. 놀기보다는 자기 관리에 신경을 썼던 탓일까. 3대 기업 중 하나라는 대기업에 취직을 하게 된 에리는 퍼펙트한 이력서에도 불구하고 배우게 된 일은 남들과 똑같은 컴퓨터 업무였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는 그래프를 작성하고, 자세히 알지도 못 하는 전문 용어를 쓰며 보고서를 적어오는 등. 간혹 일손이 부족하면 실습생이나 알바생에게 주어지는 프린터 업무를 볼 때도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를 해 그렇게 6. 요즘 대기업에 사람들이 쏠리는 만큼 많은 신입들이 들어왔고, 얼마 버티지 못 하고 나가는 아이들을 많이 봐 왔다. 일이 익숙하지 않아 늘 소리를 듣고, 어깨를 늘어트린 체로 서류 가방을 메고 나가는 신입을 볼 때마다 이제는 대리라는 직급을 달게 된 에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도-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미안하고. 내심 자신이 팀장이었다면, 아이들을 돌보아 주기라고 했을 터였는데. 졸업을 하고 6년 동안 빠듯하게 일해 고작 단 직급이 대리였던 자신은 그저 한낮 쩌리에 불과했으니..

 

 

그저 축 쳐진 아이들의 등을 토닥이는 걸 끝으로 에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어제.

 

 

여름인 만큼 3일 휴가를 얻은 에리는 하루 동안 내내 피로가 쌓인 만큼 깊은 잠을 자다가 일어나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었고,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밀린 드라마와 예능을 보다가 하루를 마치려던 그 때, 요즘은 조용하다시피 했던 9명의 단체 메신저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확인 할 수가 있었다.

 

 

내일만큼은 꼭 날을 잡아서 만나자는 연락.

 

 

사실.

 

 

에리는 조금 거절을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얻은 휴가는 외로워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푹 쉬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에리의 바람과는 달리 아침에 확인한 메신저는 이미 9명이 만나자는 분위기로 몰아가 있었기에 푹-무거운 숨을 내쉬던 에리는 간당간당 깜빡 거리는 배터리에 폰을 충전기에 꽂아 충전을 시키기 시작했다.

 

 

이러나저러나 만나야겠지..

 

 

저녁 약속이니까, 조금 느긋하게 챙길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네.

 

 

쭈욱-뻐근한 몸에 기지개를 피며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은 에리는 다시금 꾸르륵 울려오는 배의 고동소리에 큼..헛기침을 내뱉었다.

 

 

빠른 승진. 그리고-나태하기보다는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집보다는 회사에 오래 붙어있는 타입이었던 에리의 집에는 먹을 게 없었다. 있어도, 집에서 음식을 먹지가 않아 상하기가 일수였고,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 남아 있는 거라고는 상큼하게 절여진 우메보시 하나, 심지어 쌀은 한 톨도 없었다.

 

 

“..어쩌지..”

 

 

꼬르륵

 

 

다시금 울려오는 뱃소리에 이제는 거의 울상이 되어 버린 에리는 왠지 어제 먹었던 삼각 김밥이나 라면은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근처 음식점이나 아니면 샌드위치를 사올까 싶어도, 막상 질리도록 먹은 바깥 음식이라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싶었고..그렇지만 집에 있는 게 없으니..

 

 

근처에 사는 호노카를 불러 볼까 고민을 하던 에리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쥬가게를 물려받아 운영을 하는 호노카는 일주일 내내 휴일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니까..부르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긴 하겠지만, 그러면 오히려 자신이 미안해 질 것 같았다. 잠깐 틈을 내 문을 닫고 오는 거일 테니까. 더군다나-밤에도 만날 터였으니..

 

 

으음..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에리는 점점 말라비틀어지는 위장의 조름에 결국 배터리가 10%에 가까워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어서와

 

오랜만이네-”

 

그러게-”

 

 

그렇게 오게 된 상대는.

 

 

세월이 지나감에도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 것 같은 야자와 니코 였다. 학창 시절부터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늘 상 말해 왔던 니코는 역시-대학을 가지 않고 연예계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뮤즈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일까. 아직 바닥인 신입들 보다는 빠르게 성공을 거머 쥘 수가 있었다. 다만-그만큼 내려오는 기간이 빨랐지만, 아쉬움 없이 맨 위에서 중간까지 내려온 니코는 요즘은 꽤 인기 있는 예능에서의 고정 멤버로 주마다 TV에 출현을 했고, 간혹 가다 드라마에서 카메오로 나오는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물론-하나요랑.

 

 

그리고-오늘.

 

다행히 이른 아침부터 야채와 고기가 한 가득 들어 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자신을 찾아온 니코의 모습이 내심 어색하면서도 반가운 기분이 드는 에리였다.

 

 

 

(미완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