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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드림

[사요니하]별의 다이어리-12

w.여름 꽃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후-한숨을 내쉬었다. 배짱 있게 덤볐으면 상처라도 내던 가, 이건 대체 뭐하자는 건지..꽤나 많은 숫자로 우세적이었던 고블린은 결국 완패를 하고 말았다. 그것도 꼴랑 사요 한 명이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툭툭 꿀밤을 먹인 것뿐이었는데 휙휙 아주 바람 빠진 풍선마냥 나자빠지고 날아간 고블린들은 체 3분이되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이 뱀파이어는 우리의 적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긴, 그랬기에 저렇게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여행을 했던 거겠지.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고블린들은 손목을 돌리며 다가오는 사요의 모습에 방금 전 느꼈던 똑같은 고통을 또 느끼기는 싫은지 일제히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고-고블린 살려..”

 

 

 

그리고, 그런 고블린들을 지휘했던 고블린들의 대장 깜꿍도 바닥에 앓아누우며 흘깃 사요의 눈치를 봤다. 온순하게 생겨서 힘도 없어 보이는 여린 팔로 자신을 한 방에 보내버린 사요의 모습이 퍽 무섭기도 했지만, 대장인 저가 이렇게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졸병들에게 보인다는 수치스러움도 일부 들었다.

 

 

 

한때 전장을 누비며 뱀파이어의 물건들을 약탈하던 대장 깜꿍의 시절도 이제 다 갔구나..

 

 

 

.”

 

 

 

점점 저에게 가까워지는 인기척에 결국 눈을 감은 깜꿍은 저의 코를 간질이는 흙먼지와 파스스하고 흩어지는 모래의 소음에 침을 삼키며 턱을 하늘로 치켜 올렸다. 그래, 30년이나 산 인생 죽여라.

 

 

 

.”

 

 

 

하지만.

 

 

 

, 우리 좀 도와줘.”

 

 

 

그런 깜꿍의 예상과는 다르게 으르렁 거리듯 거칠게 말을 내뱉은 사요의 말에 감았던 눈을 뜬 깜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뭐냐고 물은 거지?

 

 

 

“..?”

 

 

 

너희 집 없어? 집 좀 빌려달라고, 잠깐 쉬었다 가게.”

 

 

 

하지만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삐딱하게 짝 다리를 짚고 누워서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던 깜꿍은 이내 멍해진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가 금방 몸을 일으켰다. 저 말은 필히 살려준다는 뜻일 거다.

 

 

 

그걸 왜 우리한테 부탁하는 거-? 돈도 많아 보이는데..”

 

 

 

돈은 많아도, 쉴 곳이 없어. 내 동생이 엄청 힘들어 해서 조금 쉬었다 가야할 것 같아.”

 

 

 

..동생?”

 

 

 

, 동생이 생각보다 허약해. 너희보다는 강하겠지만, 우리보다는 체력이 약한 편이거든.”

 

 

 

“..그래서 우리 보고- 도와달라고?”

 

 

 

싫어?”

 

 

 

정말 싫은 거냐고 살기를 담아 물어보는 사요의 물음에 흡 겁을 먹은 깜꿍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살기 위해서라면 집 한 체라도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뭘 못하겠는가.

 

 

 

기절한 척 누워서 흘긋흘긋 깜꿍과 사요를 바라보던 다른 고블린들은 깜꿍이 몸을 일으키며 먼지를 털어내자 슬금슬금 일어나 깜꿍의 뒤에 우루루 때지어 섰다.

 

 

 

따라와-”

 

 

 

그래.”

 

 

 

짧은 키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고블린 무리들을 바라보던 사요가 층을 이루고 있는 암벽 끄트머리 아래를 내려다보며 리사와 아코에게 손짓을 하자, 히나를 안아든 리사가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

 

 

 

..나이스 착지.”

 

 

 

한 명의 무게가 아닌 둘의 무게에 휘청거릴 줄 알았던 아코이기에 한 박자 늦게 뒤를 따르던 아코는 리사와 히나가 안전하게 착지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휘파람을 불었다.

 

 

 

생각보다 잽싸다니까. 힘도 좋고.

 

 

 

바닥에 발이 닿자 일어나는 흙먼지에 히나를 바닥에 내려준 리사가 탁탁 바지춤을 털어냈다.

 

 

 

잠깐 쉬었다 가자.”

 

 

 

“..출발한지 얼마나 됐다고.”

 

 

 

뭐 어때. 일주일 안까지만 여길 떠나면 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가자. 히나. 이리 오렴.”

 

 

 

!”

 

 

 

짧은 다리로 벌써 저 멀리 앞서가고 있는 고블린들의 뒤를 느긋하게 따라가며 제 손을 잡고 총총총 잘도 따라오는 히나의 모습을 흘깃 바라본 사요는 코끝을 일렁이는 메마른 흙냄새에 쩝 입맛을 다셨다. 목마르네..

 

 

 

 

-

 

 

 

 

여기다 킁.”

 

 

 

그리고 정말로 아무 경계도 없이 땅을 파 만들어 놓은 굴로 사요네 일행을 안내 한 고블린들이 우루루 안으로 들어가고 마지막까지 남아 뱀파이어 일행들을 기다리던 깜꿍이 굴을 가리키며 들어가라는 눈짓을 하자, 미심쩍게 바라보기만 하던 리사가 퍽-아코의 엉덩이를 발로 차 굴에 밀어 넣었다.

 

 

 

으악!!”

 

 

 

뭐하냐-?”

 

 

 

그리고 그런 아코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굴로 들어가는 깜꿍의 모습을 보고서야 굴에 들어간 리사는 방금 전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들어왔음에도 조용하고 텅한 내부에 눈을 반짝 빛냈다.

 

 

 

왜 아무도 없는 거야?”

 

 

 

우리가 예전처럼 한 곳에서 모여 있기만 하는 것 같--? 이제 우리도 예전이랑은 달-리 각자의 집도 있고, 상점도 있다-. 고블린들을 무시하지 마라-”

 

 

 

..예전보다는 많이 똑똑해졌네?”

 

 

 

..”

 

 

 

그럼 우리는 어디서 묵으면 되는 거야?”

 

 

 

안 그래도 손님용 방이 있으니 거기서 묵으면 될 거다-저 여자가 우리 목숨을 살려줬으니 감옥에 가둔다거나 그런 짓은 안하니 미리 의심하지 마라-”

 

 

 

알겠다-”

 

 

 

버릇처럼 끝말을 늘이는 깜꿍의 말투를 따라하며 발자국이 그대로 남은 제복을 탁탁 털어낸 아코가 이내 리사의 제복에 뻥-발자국을 남겼다. 아무리 언니라지만 정말 얄밉다.

 

 

 

그건 그렇고, 넌 이름이 뭐니?”

 

 

 

그런 아코의 행동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깜꿍에게 관심을 가지던 리사는 깜꿍이다-’라고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는 깜꿍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리사라고 해. 이마이 리사.”

 

 

 

“..반갑다-”

 

 

 

그리고 그런 리사의 손길에 머뭇거리며 악수를 한 깜꿍은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고 위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히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요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손가락으로 둘을 가리킨 체 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 둘은 사귀는 사이-?”

 

 

 

-. 자매야.”

 

 

 

자매인데 저렇게 연인 같나..? 똑같이 생기긴 했다만..

 

 

 

쟤네 둘은 원래 그래.”

 

 

 

“..참 특이한 녀석들이-.”

 

 

 

그러게

 

 

 

꺄악-!”

 

 

 

몇 분만의 망설임 끝에 굴속으로 몸을 날린 히나는 곧 다가올 고통에 눈을 찌푸렸으나, 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땅에 내려 주는 사요의 행동에 설핏 눈을 뜨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저 여자가 동생?”

 

 

 

, 저 아이 이름은 히나야.”

 

 

 

- 무지막지하게 힘센 여자는?”

 

 

 

쟤는 사요.”

 

 

 

“..특이한 이름들이다. , 다 내려왔으니 날 따라와라-”

 

 

 

구석지에 놓여 진 동그란 돌 더미를 들어 쿵 홈에 박아 천장을 막은 고블린이 어두컴컴한 실내를 아장아장 걸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횃불 몇 개가 벽에 걸려 있어 많이 어둡지는 않았지만, 실내를 탁하게 채우고 있는 먼지들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던 사요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손수건을 꺼내려다 어제 손수건으로 히나의 코를 닦아준 게 생각나 다시 손을 빼내었다. 쓰던 걸 다시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방에 들어가면 빨아서 널어놔야겠다.

 

 

 

여기다-”

 

 

 

그렇게 약, 10분 여 동안 엉키고설킨 길을 돌아다닌 시요 일행은 수많은 고블린들이 어느 샌가 옹기종기 모여 자신들을 구경하고 있는 고블린들의 모습에 흘깃 고개를 돌려 살피다 깜꿍이 안내해준 방안으로 몸을 들이 밀었다.

 

 

 

입구는 고개를 숙여서 들어가야 할 만큼 작았는데, 안은 그와 반대로 몇 배는 크고 넓어 보였다.

 

 

 

마음에 드냐-?”

 

 

 

, 생각보다 좋네, 침대들도 있고.”

 

 

 

-살려준 보답이라 생각해라. 나는 바로 옆방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와라-”

 

 

 

툴툴거리면서도 집 주인으로서의 호의를 베풀고는 방밖으로 나가는 깜꿍의 모습이 귀여워 픽-미소를 지은 리사는 보기와 달리 무거운 무게를 자랑하는 제복의 코트를 벗어 침대에 올려 둔 뒤에 사요가 저에게 넘긴 가방을 열어 입을 만한 옷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조금 더 편한 복장으로 있는 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도 좋고, 움직이기도 편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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