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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드림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3

w.여름 꽃

 

 

방은 넓고 침대도 여분으로 2개나 놓아져 있었지만, 4명 쉬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느껴지는 방의 분위기에 문을 열고 나간 사요는 깜꿍에게 여분으로 남아있는 하나의 방을 얻을 수 있었다. 리사나 아코보다는 동생인 히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 사요는 아까와 비슷한 방의 모습에 대충 침대위에 몸을 뉘이고 눈을 감았다.

 

 

 

인간보다는 높지만 뱀파이어보다는 낮은, hope특유의 열기에 눈을 감고 있음에도 아이가 뭘 하는지 느껴진다. 지금도, 미적지근한 생물체가 어찌할 줄 모르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 살며시 눈을 뜬 사요가 히나에게 손을 뻗었다. 이리 와.

 

 

 

예전이면 두려워했을 사요의 손짓이나 몸짓이 이제는 익숙해진 듯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어투에 사요에게 다가간 히나가 폭 사요에게 안겼다.

 

 

 

품 안에서 몸을 부비는 작은 아이의 체온에 히나를 끌어 올려 목가에 코를 묻은 사요는 숨을 들이켰다. 체향이라기보다는 피 특유의 달달한 내음이 코끝에서부터 연하게 풍겨져 나온다. 아버지를 도와 서류 정리를 할 때 먹었던 달달한 시퐁 케이크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피 냄새와, 부드러운 아이의 살결이 마음 같아서는 콱-깨물어 버리고 싶다.

 

 

 

으음..”

 

 

 

히나는 목가에서 체취를 맡는 사요의 코끝이 목을 스치고, 연한 숨에 목에 소름이 돋자 마음이 간질거렸다. 묘한 느낌. 저번에도 이러다가 언니에게 피를 빨렸었는데..그 때 느꼈던 아찔한 고통과 묘한 간지러움이 아직도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아픈데, 묘하게 흥분이 되는 중독 같은 그 느낌.

 

 

 

사요는 사요대로 히나의 피 냄새에 묘한 흥분감을 불러일으켜 왔고, 히나는 히나대로 사요의 행동에 묘한 흥분이 피어올랐다. 이내, 저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목가를 핥은 사요는 우드득히나의 목을 깨물었다.

 

 

 

..!”

 

 

 

날카로운 송곳니가 언제 튀어 나왔던 건지 갑작스러운 사요의 행동에 히나의 몸이 파드득 튀어 올랐다. 뱀파이어보다는 여리지만 인간보다는 단단한 히나의 살이 치아에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사요의 입안에는 피가 흘러들어왔다, 저번에 물었을 때는 그나마 아프지 않게 노력을 하여 깨물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밀림의 왕이 아랫 동물을 깔아뭉개고 수치심을 주듯이 힘껏 깨물은 목은 실수로 동맥을 건들인 건지 사요의 예상과는 다르게 피가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옷이나 시트에 흘리는 일이 없이 모든 피들이 사요의 입으로 흘러들어갔지만, 그럴수록 히나는 손끝에서부터 힘이 빠지고 마셔 본 적도 없는 술을 마신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져 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요의 머리를 쓰다듬던 여린 손이 이내 천천히 멈추면서 바로 눈앞에 있는 흙 특유의 노란 벽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죽을 것 같은데..말려야 할 것 같은데..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목을 물고 피를 마시고 있는 사요의 혀 특유의 물컹한 촉감과 물을 마시듯 삼켜지는 사요의 청아한 목 울림에 청각이 반응하다가 이내 퓨즈가 나간 듯 눈이 감겼다.

 

 

 

후우..”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평평하던 배가 불룩 튀어나온 것처럼 용량 초과인 포만감이 느껴졌을 때쯤에야 히나의 목에서 송곳니를 빼 낸 사요가 구 멍 두 개와 옅게 난 잇자국에 히나의 목을 할짝였다.

 

 

 

핥고 빨수록 표면에 증기가 맺혀 생기듯 한 두 방울씩만 떨어지던 피가 이내 응고가 되어 단단하게 굳자 히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던 사요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히나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위에 올라가 있는 히나를 끌어안아 옆에 눕힌 뒤 몸을 일으켰다.

 

 

 

“...”

 

 

 

이런

 

 

 

하얗게 질려 감긴 얼굴과 차가운 체온에 사요의 낯이 파랗게 변했다.

 

 

 

젠장..”

 

 

 

아무래도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

 

 

 

평소에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던 사요가 당황한 듯 거의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듯 일어난 후에야 문을 열고 리사와 아코가 있는 방까지 최고라 자부 할 수 있는 속도로 달려간 사요는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피 냄새.”

 

 

 

큰 일 났어.”

 

 

 

“..적당히 좀 마시지 그랬냐.”

 

 

 

그리고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사요의 입에서 풍겨 나오는 달달한 히나의 피 냄새에 코를 킁킁 거리던 리사와, 이미 많은 hope를 잃은 아코는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황에 몸을 일으켜 사요가 지나 왔을 곳에서 풍겨 오는 체향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방과 가까워질수록 옅어지는 사요의 냄새와 진해지는 피 냄새. 참으로 상반되는 냄새에 입맛을 다신 리사는 무의식에도 잘 챙겨온 가방을 끌어안고 방에 들어가자 파리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는 히나의 모습에 단 걸음에 다가가 가방을 열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여행을 떠날 정도의 체력도 아니다.

 

 

딱 아슬아슬하게 한계치까지 피를 빼낸 건지 울리듯 울리지 않는 심장 박동과 점점 차가워지는 체온에 항상 대비용으로 주머니에 넣어뒀던 수혈 팩을 (여행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방으로 옮겨 담았지만.) 꺼내 사요에게 건넸다.

 

 

 

이걸 왜 날 주는 거야?”

 

 

 

마셔.”

 

 

 

“..?”

 

 

 

호프는 인간의 피를 마시거나 섭취하면 우리와는 다르게 발작을 일으킬 거야. 그러니까

 

 

 

이걸 마시고, 네 피를 히나에게 줘.

 

 

 

뒷말을 끝으로 몇 개의 혈액 팩을 건넨 리사가 몸을 일으키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아코는 밖으로 나가는 리사를 따라 나가며 문을 닫았다.

 

 

 

“..히나.”

 

 

 

이러나저러나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호프는 인간의 피에도 발작을 일으키듯이 그보다 강한 뱀파이어의 피에도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오히려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따뜻했던 히나의 피와는 다르게 손을 대자마자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수혈 팩의 느낌에 사요는 글로만 표현 되던 그 느낌을 알 것 같았다. 무섭거나, 긴장이 되면 인간과 호프에서 느껴지는 반응.

 

 

 

막상 일이 커지게 되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죽게 될 까봐..

 

 

 

사요는 글에서 나오던 것처럼 오소소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느끼며 뭉툭하게 솟아 오른 수혈 팩의 윗부분을 뜯어 입에 머금었다.

 

 

 

침대에 떨어질까 한 방울도 아까웠던 히나의 피와는 다르게 후두둑 입구를 제대로 막지 못 해 흘러내린 피들이 사요의 목을 지나 하얀 니트를 진색으로 적시기 시작했다.

 

 

 

차갑다. 맛도 없다. 더군다나 배도 불렀다.

 

 

 

피를 마시고 있던 사요가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달달한 아이의 피보다는 연하고, 차가워서 역하다. 더군다나 아이의 피를 마셔 배도 불렀다. 그럼에도 끝까지 다 마셔낸 사요는 옆으로 쓰러지듯 누워 있는 히나를 바르게 눕힌 뒤 히나의 다리 사이에 몸을 끼어 넣었다.

 

 

 

그리고는 혀를 힘껏 깨물었다. 혀는 잘려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 자라나거나, 알아서 붙을 것이었다. 이때까지 다쳐도 칼에 스치거나, 유리창에 부딪혀 난 상처들이었지 이렇게 크고 거의 덜렁거릴 정도로 살이 떨어져 본적이 없었던 사요는 처음으로 큰 고통을 느꼈다. 그럼에도 아프지 않았다. 몸은 아프지만, 눈 앞 에서 점점 식어 갈 듯이, 사라져 버릴 듯이 누워 있는 아이의 모습에 정신과 마음이 아팠다.

 

 

 

입안에서 울컥, 하고 쏟아져 나오는 피에 입을 꾹 다문 사요가 천천히 히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피와 덜렁거리는 혀를 아이의 입 안에 넣기 위해 얼굴을 붙잡고 입을 벌리게 한 사요는 흘러나오는 많은 양의 피를 히나의 입 안으로 넘겨줬다.

 

 

 

얼굴을 붙잡고 피가 잘 흘러내릴 수 있도록 치켜 올려 준 고개에 천천히 피들이 흘러 들어가자 파드득몸이 꺾일 듯 튀어 오르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히나의 몸을 거의 찍어 누르듯 꽉 안고 힘을 준 사요는 남은 한 손으로는 거의 부러질 듯이 꺾이는 히나의 왼 손을 꽉 움켜쥐었다.

 

 

 

제발, 정신 좀 차려줘.

 

 

 

아아-정말 인간이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던 사요는 이내 눈을 감으며 좀 더 깊이 입을 맞추며 숨을 멈췄다.

 

 

 

아픈데, 슬프고, 아파서 슬프다.

 

 

 

마음에 찬 기운이 드는 느낌에 사요는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착각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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