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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드림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 - 18

w.여름 꽃

 

 

 

하루 동안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날. 날이 밝아 오기 무섭게 짐을 챙겨 저택을 나선 사요의 눈매가 피곤함에 날카롭게 빛났다. 고작 하루뿐인 휴식에 20년의 피로가 쉽게 풀릴 리가 없겠지. 마음 같아서는 약 1-2주 정도를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거나 최근 리사가 발견했다는 온천에 들어가 우두둑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는 몸을 푹-담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건.

 

 

 

네가 너무 그리우니까. 빨리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째서 그 흔한 사진 한 장 조차 없었을까. 아버지를 죽이기 무섭게 아이의 포스터를 지하 전체에 뿌렸다. 사진이 있었다면..좀 더 뚜렷한 실체로 아이의 얼굴을 보일 수 있었을 터인데..그러지 못 했다. 그저..저의 모든 기억력을 통합하여 아이의 생김새를 말하고, 그런 사요의 말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한 명 만이 있었을 뿐..

 

 

그렇게 그려온 그림이 닮지 않으면 조각조각 찢어버렸고, 화가를 바꿨다. 그리고 또 반복-. 10번이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을 즈음에야 아이와 비슷하게 생긴 초상화를 손에 받아볼 수가 있었고, 수백 수천 장을 찍어내 지하 온 천지에 도배를 했다.

 

 

 

하지만-아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무서워 꽁꽁 숨어버린 걸까. 아니면..약해서..누군가에게 당해버린 걸까.

 

 

실제로는 일어나서도 안 될 일들이 머릿속을 휘몰아치다. 결국 직접 찾기로 마음을 먹은 사요는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짐을 챙겨 성을 나오게 된 것이다.

 

 

자신을 대신해 풀어놓았던 녀석들은 아이를 찾아내지 못 했었다.

 

 

 

머리카락 한 가닥조차.

 

 

이제는 포기하라던 아코와 리사의 말에도 그저 묵묵히 명령을 내리던 사요가 도저히 그만두지 못 했던 건. 아이가 살아있을 것 같았기에.그런 느낌적인 느낌 하나로 묵묵히 그 기간을 버텨왔던 사요에게서 지금의 여행은 지도 하나조차 필요가 없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이렇게 강하다면..내게서만 느껴진다면. 이렇게 저절로 이끌어지는 걸음 속에서 너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기에.

 

 

불어오는 탁한 바람과 함께 겉옷을 더럽히는 먼지에도 그저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 사요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내가 널 찾아낼 수 있다면..그거 하나면 충분하니까.

 

 

 

 

-

 

 

 

 

“...”

 

 

 

상처가 점점 치유되고 있었다.

 

 

늑대가 물어뜯어 드문드문 비어있던 구멍들은 이제는 살덩이가 차고, 겉 피부가 상처를 에워싸기 시작했고, 고통도 옅게만 느껴졌다. 예전 같았다면 1주일 정도는 더 고통을 느꼈어야 했는데..

 

 

저를 묻어 뜯었던 늑대 덕분에 이번에는 유독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가 빨랐다.

 

 

그리고.

 

 

 

.”

 

 

 

어디서 구해왔는지도 모를 소량의 피가 담긴 병을 저에게 넘기는 늑대는 아니 늑대인간은 초반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행동과는 다르게 이제는 거의 키우다시피 하려는 기분이 들었다.

 

 

고통에 밤새 잠 못 들던 자신의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켜주다 간신히 잠에 들기 직전의 히나에게 간혹 소량의 피를 입가로 넣어 주었다.

 

 

피 같은 거 정말 싫은데..

 

 

그런 히나의 마음도 모른 체 정성껏 간호를 해준 늑대인간 덕에 2주 만에 짚 더미 위에서 몸을 일으키게 된 히나는 맨발로 평평한 나무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몸이 근질근질한 게 조금은 움직이고 싶어서.

 

 

엊그제 말만 잘 듣는다면 산책 정도는 시켜준다는 늑대인간의 말에 마시기 싫던 피를 온순히 마셨고, 지금도 건네주는 역한 피 또한 꼴깍 잘 삼켜내었다.

 

 

으으..여전히 비리지만 말이다.

 

 

 

 

가자-”

 

 

 

낡아 빠진 히나의 운동화는 존재를 감추어 버리고는 인간 세계의 신발을 어디선 구해낸 건지 히나가 신던 것과 비슷한 운동화를 신겨 준 늑대인간이 신발을 신겨주느라 쭈그려 있었던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

 

 

 

“...”

 

 

 

날카롭지 않은 어투로 히나를 잡아 이끄는 늑대인간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히나는 쩝쩝. 여전히 입 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 맛에 입맛을 다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루에 한 번씩만 줘서 참 다행이다.

 

 

 

..”

 

 

 

?”

 

 

 

햇빛..”

 

 

 

“...”

 

 

 

햇빛이 닿으면 피부가 탈 것처럼 아파요..”

 

 

 

“....”

 

 

 

“...”

 

 

 

느긋하게 피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튼튼하게 조립되어진 나무문을 열기 무섭게 쏟아지는 뜨거운 인공 태양에 두 발 자국 뒤로 물러난 히나는 늑대인간을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찡긋, 눈을 깜빡였다. 뱀파이어는 태양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인간들이 믿고 있는 그런 가짜 같은 속설과는 다르단 말이었다. 햇볕에 가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죽지도, 그렇다고 타지도 않았다. 그저 밝은 걸 싫어할 뿐.

 

 

인간들보다 예민한 뱀파이어들에게서의 태양은 그저 눈을 따갑게 하는 불편한 존재다. 그렇기에 낮보다는 밤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고, 낮에는 잘 나오지 않는 편이기도 하였지만, 세월이 지나갈수록 인간은 진화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기 마련이다. 물론, 뱀파이어도.

 

 

히나가 막 태어나서 8살을 넘기던 그 시절. 대부분의 뱀파이어는 낮에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진화가 시작 된 거겠지. 물론 히나 또한 인공적인 태양의 뜨거움을 흠뻑 맛보며 저택 안을 수놓았던 하얀 민들레 밭 안을 뛰어 놀았던 기억이 있었다. 인의적인 게 가득한 지하세계인 만큼 자연적인 것들은 그냥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언니의 말에 손질하던 화단을 허물라고 시킨 아버지의 명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무리 된 흙 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금방 하얀 씨들을 피워냈었다. 그 사이를 뛰어 다니면 오소소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민들레의 씨앗이 참 예뻤었지.

 

 

하지만..지금은.

 

 

태양이 참 싫다.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의 히나는 태양을 싫어하게 되었다. 살짝이라도 햇빛이 닿으면 불에 그을린 듯이 피부가 아팠고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겉으로는 피부가 탄다거나 재가 된다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정도였기에 히나는 태양이 싫어졌다. 도망 다니는 20여년 동안 낮 동안은 그늘에 숨어 인공적인 태양 빛을 받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생명체들을 구경했고, 해가 지기 시작한 무렵에서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여러 무리들에게 구걸을 하고는 여행길을 떠나기가 일쑤였으니까.

 

 

차라리 이렇게 늑대인간의 손길에 길러지면서 조금은 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히나였다.

 

 

다만.

 

 

늑대인간이 언제 히나에게 실증이 날지 모른다는 일이지.

 

 

실증이 나면 분명 버려질 터였다.

 

 

쓸모도 없는 하찮은 뱀파이어따위는.

 

 

 

, 이거라도 걸쳐

 

 

 

“..-감사합니다.”

 

 

 

한 번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이야기에 꼬리를 무는 히나는 이번에도 금세 자신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고 말아버렸다.

 

 

그리고-

 

 

그런 히나를 현실세계에서 빠져나오게 한 것은 모자가 달린 검정 로프를 건네는 늑대인간의 손길에서였다.

 

 

무표정한 표정과는 반대로 걱정이 담겨 있는 눈동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로프를 받아든 히나는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에 얼른 로프를 쓰고를 바깥으로 발을 디디려 했다.

 

 

 

 

잠깐.”

 

 

 

하지만-

 

 

 

금방 저지당하고는 돌려 세워졌다.

 

 

 

안 벗겨지게 끈을 묶었어야지.”

 

 

몇 주 전 날카로웠던 손톱을 세우고 저에게 다가왔던 때와는 반대로 고르게 정리된 손가락이 목가에 길게 늘어진 줄을 들고는 정성스럽게 끈을 묶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리본 모양으로 만들고는 풀리지 않게 확인을 한 뒤에야 언제 챙겼는지도 모르는 검정 가죽 장갑을 히나의 손에 끼워준 늑대인간이 이내 장갑을 낀 히나의 손을 잡고는 바깥으로 이끌었다.

 

 

 

여기 지리는 알아?”

 

 

아뇨..”

 

 

 

하긴-알았다면, 겁도 없이 이 구역에 들어오는 일도 없었겠지.”

 

 

 

“...”

 

 

 

저번에 봐서 알겠지만 우린 늑대인간이야. 종족을 이뤄서 살고 있고. 난 여기를 관할하고 있는 리더인 편이지.”

 

 

 

“...”

 

 

 

늑대인간들은 남을 무작정 공격하지는 않는 편이야. , 뱀파이어인 경우에는 좀 달라지지만.”

 

 

 

..”

 

 

 

왜냐하면-내 반려자가 5년 전에 죽었거든.”

 

 

 

뱀파이어의 품에서.

 

 

뒷말을 내뱉으며 으르렁 거리던 늑대인간이 이내 깊게 숨을 들이쉰 뒤에야 다시금 입을 열었다.

 

 

 

“...”

 

 

 

그래서 난 뱀파이어가 싫어. 피만 보면 환장하는 징글징글한 족속들.”

 

 

 

죄송해요..”

 

 

 

걱정 마. 넌 별로 안 싫어해. 피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이고. 더군다나 이렇게 약한 뱀파이어한테서의 공격 욕구는 완전 제로거든.”

 

 

 

기가 죽은 히나의 목소리에 으르렁 거리던 늑대인간의 표정이 조금은 온순해 지더니 이내 로프의 후드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히나의 머리통 위에 손을 올리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도..이렇게 여린 뱀파이어를 만났다면..지금도 내 손을 잡고 웃고 있었을까.

 

 

아련한 감상에 젖어 흐려진 인영의 잔향을 떠올리던 늑대인간이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이제 와서 후회하고 그리워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이미 늦어버린 과거일 터인데.

 

 

 

(이 팬픽은 한때 타 걸그룹의 이름을 넣어 픽을 쓰다 수정을 한 것으로 간혹 이름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정을 한다고 해도 넘어가질 떄가 있어서요! 오타 부분을 말씀 해 주시면 바로 수정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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