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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7 w.여름 꽃 “으으..” 눈을 뜨자마자 나온 대답은 이거였다. 대답이라기보다는 고통이 가득한 신음성이지만.. 뜨거운 용암을 부은 것처럼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뚱아리와 숨을 내쉴 때마다 ‘꿀렁꿀렁‘ 몸 속의 모든 혈액이 용솟음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목가에 남아 있는 이빨자국들과 움푹 파인 오른쪽 어깻죽지였다. 그로 인해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누운 체 고통에 절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내뱉던 히나는 떠진 눈으로 용케 주의를 훑어보며 정신을 차리려 용을 쓸 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도통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역한 자신의 피 냄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지푸라기의 씁씁한 향기와 지독한 생명체의 털 냄새 뿐. 일반 인간이 맡았을 때는 인의적인 과일향이었겠다만, 후각이 예..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6 W.여름 꽃 오래간만의 장시간의 여행은 뱀파이어인 사요라도 피곤이 몰려왔다. 당주가 된 게 뭐가 자랑이라고 이렇게 온 지하를 누비며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하는 건지. 묘하게 더 진해진 청녹색의 눈동자가 그간 몰려온 피곤에 힘겨운 듯 느리게 깜박거렸다. 한 때 히카와 가문을 소란스럽게 했던 사요의 가출 사건이후 어언, 20년이 흘렀다. 채 일주일도 못 채우고 돌아온 집안에서는 멍청한 hope년 하나가 장녀를 홀린 거라고 아이를 욕하며 사요를 옹호하기가 바빴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자신의 친구들은 그저 혀를 차며 얼른 다시 돌아가라며 사요를 나무라기 바빴었다. “..피곤해.” 아직도 21세기인 현세를 따라잡지 못 하듯 말이 모는 마차 안에서 붉은 빛의 와인이 절반 쯤 담겨 있는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요가 이.. 더보기
[노조에리]나태한 나날.-(1) w.여름 꽃 꼬르륵-울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감겨 있던 눈을 뜬 에리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침대위에서 폰을 쥐고는 엎어져 있었다. 아-어제 분명 애들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잠든 것 같은데.. 내일은 꼭 중요한 날이니까 모여 달라고 졸라오는 아이들의 메신저에 알았다며 마못해 승낙을 한 에리는 이제야 내심 후회감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놀기보다는 자기 관리에 신경을 썼던 탓일까. 3대 기업 중 하나라는 대기업에 취직을 하게 된 에리는 퍼펙트한 이력서에도 불구하고 배우게 된 일은 남들과 똑같은 컴퓨터 업무였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는 그래프를 작성하고, 자세히 알지도 못 하는 전문 용어를 쓰며 보고서를 적어오는 등. 간혹 일손이 부족하면 실습생이나 알바생에게 주어지는 프린터 업무를 볼 때도 있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