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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5 W.여름 꽃 ‘주르륵’ 치덕치덕 소금 내가 가득한 바닷물로 질퍽한 옷의 물기를 비틀어 대충 짜낸 사요는 옅게 식었지만 아직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생수병을 집어 들어 히나가 누워 있을 방문을 열었다. “..아-언니.” “...” 아직까지 누워 있을 줄 알았는데..그런 사요의 예상과는 달리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히나의 모습에 사요는 터벅터벅 히나가 걸터앉아 있는 침대에 다가간 후 둥그렇게 말려 있는 이불 위에 생수병을 올려 논 뒤에야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히나와 눈을 맞췄다. 언제 바뀐 건지 더 진해진 머리색과 예전과는 다르게 더 뚜렷해진 푸른 눈동자. 더군다나 히나 특유의 맑은 분위기도 뭔가 오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청량한 물 같았다면 지금은 마치..끈적한 체리 콕처럼. 정말..말로.. 더보기
[사요히나]별의 다이어리-14 w.여름 꽃 어느 정도 혈기를 띄우고 고른 숨을 내쉬는 히나의 모습에 후-깊은 한숨을 내뱉은 사요는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대충 훔쳐냈다. 아직도 파리한 얼굴이지만 그래도..아까보다는.. 다행이다. 조금은 편안해진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때까지 겁이라곤 먹어 본 적 없는 자신이었는데, 순간 네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겁이 덜컥 났다. 무서웠어.. 부드러운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꾸욱, 힘을 써 피곤이 쌓인 뻐근한 눈 사이를 꾸욱 눌렀다. 아픈데 시원하고 시원한데 아프다. 이런다고 피곤이 풀릴 리가 없을 텐데..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이 행동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그러다가-또 이런 실수를 저질러 너를 잃을 것 같다. 내 아이야, 하나 뿐인 동생아. 내가 다 잘.. 더보기
카난-25살 W.여름 꽃 생각한 게 모두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삭아삭 맛 좋은 소리를 내며 입 안에 녹아들던 수박을 삼키며 문득 든 생각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부모님의 뜻대로 지정해 준 학교를 가고 그저 사고 좀 치지 말고 조용히 학교나 다니라는 말에 조용히 학교만 다녔다. 물론-대학까지. 원하는 게 없었고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저-놀러가라 하면 갈 곳도 없으면서 친구와 손을 잡고 작은 지방 방방곳곳을 쏘다녔고, 이제 공부 좀 해야 하지 않겠니 란 말에 재미도 없는 책을 보며 공책에 지렁이들을 끄적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25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목이 늘어난 파란색 반팔 티셔츠에 손을 타고 팔꿈치까지 흘러내리는 분홍 물을.. 더보기